EVENT

24시간 혜택! 어떤 작품이든 33,000원 >

신규고객 체험 특가

유독 어떤 색이 우리를 끌어 당기는 날이 있습니다. 인간은 카멜레온처럼 수시로 변하는 감정에 따라 특정 컬러에 끌리기도 하죠. 오늘은 자신만의 컬러를 만들어 미술계에 한 획을 그은 두 명의 아티스트에 대해 이야기 해 봅니다. 새로운 블루 컬러의 창시자 ‘이브 클랭 Yves Klein (1928-1962)’ 과 세상에서 가장 검은색을 독점한 ‘아니쉬 카푸어 Anish Kapoor (1954- )’의 이야기 입니다.
이브 클랭의 ‘인터내셔널 클랭 블루’
블루 컬러를 좋아하시나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파란색은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는 ‘오디세이’에서 바다를 ‘포도주처럼 붉은 바다’라고 묘사했는데요, 지금도 일부 과학자들은 초기 인류가 색맹이었으며, 검은색, 흰색, 빨간색 그리고 후에는 녹색과 노란색만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초기 인류가 파란색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파란색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없었다는 것이죠.

미술사에서 파란색은 언제나 가장 비싼 색소였습니다. 이탈리아에 예술에서 가장 귀하게 여겨지는 색이기도했으며, 동정 마리아의 의복을 표현하는 색으로 가장 많이 선택되곤 했는데요. 블루는 이성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을 모두 가지고 있어 미술, 디자인, 사진 그리고 영화 등 수많은 매체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이집트 블루, 울트라 마린, 인디고, 네이비 그리고 프로이센 블루까지 같은 블루 계열이라도 미묘하게 차이가 있죠. 그 중 하나인 ‘인터내셔널 클랭 블루(IKB)’ 컬러는 치명적인 매력을 자랑합니다. 1960년에 이브 클랭이 독자적으로 파란색 물감을 개발하여 IKB 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받았고, 그는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이 한 가지 컬러로만 200점에 가까운 IKB회화를 만들었습니다. 이브 클랭은 파란색을 모든 것에서 ‘해방 된 색‘ 이라고 정의합니다. 푸른색에서 바다와 손에 닿을 수 없는 하늘을 연상한 것이죠. 깊고 아름다우면서 차갑기도 한, 말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클랭의 블루 입니다. 실제로 보면 손에 금방이라도 묻어 나올 것 만 같은 농도의 진함이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매력적인 컬러입니다.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 (International Klein Blue: IKB) 컬러(좌) 와 이브 클랭(우)
이 색이 유명한 또 한 가지 이유는, 클랭이 건조 전과 후에 색이 변하지 않고 여전히 깊은 파랑색을 낼 수 있도록 안료 배합법 자체를 발명했기 때문입니다. 클랭은 젊은 시절 예술품 액자 상점에서 일하며 예술에 관한 지식을 축적했습니다. 액자 상점은 젯소와 천연색소, 금박 등의 다양한 재료들을 취급했으며, 다양한 재료 다루기에 능했던 클랭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블루 컬러를 꿈꾼 것이죠. 오일이나 아크릴 대신 합성 젤로 혼합한 색소를 활용해 만들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클랭은 많은 양의 화학약품에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클랭이 심장마비로 34살에 숨을 거둔 것이 우연이 아니라 여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결국, 강렬한 파란색 안료를 만드는 데 사용한 합성수지 약품 속 독성이 그의 죽음을 초래한 것일까요?

하나의 색만 사용했는데도 클랭의 작품들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그가 만든 파란색의 색조가 더없이 완벽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의 블루는 지금도 많은 곳에 영감이 되고 특히 패션 분야에서는 계속해서 재생되되고 있습니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대단합니다.
Yves Klein – Pigment bleu sec (Dry Blue Pigment), 1957, recreated in 2018, installation view, Museum of Old and New Art
Yves Klein, Anthropometry of the Blue Period (ANT 82) (1960)
이브 클랭은 상당히 거친 행보를 이어갔는데요, 여성의 몸을 실제 붓으로 사용해서 완성한 이브 클랭의 <인체 측정> 시리즈는 정말 유명하죠. 호불호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도전 자체가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예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열광 자체였을 것입니다. 이런 과감한 시도들이 있었기에 현대미술은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브 클랭이 자신만의 블루 색을 찾기 위해 쏟았던 열정과 진정성이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자신이 원하는, 언제나 같은 명도와 채도를 갖는 그 색을 만들어내기 위한 집요함이 얼마나 치열했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지난 20년에 걸쳐서 클랭의 작품 경매 가격은 수백만 달러에서 수천만 달러로 꾸준히 상승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블루 컬러를 한 껏 느낄 수 있는 오픈갤러리의 작품들. 좌측 상단 첫 번째 작품 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정용, 한광숙, 한영준, 박정화, 최성환 그리고 한영준 작가

surface-2245

이정용

162x130cm (100호)

쟝 그르니에의 섬

한광숙

53x46cm (10호)

Blue #5 your cage

한영준

73x91cm (30호)

Blue #7 foot

한영준

130x130cm (100호)

초저녁

최성환

80x100cm (40호)

The water 거품 2

박정화

116x80cm (50호)

세상에서 가장 검은 검은색, 아니쉬 카푸어
클랭은 시대를 한참 앞서 있었고, 그의 작품들은 이후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는데요. 예컨데 우리가 아는 아니쉬 카푸어 라는 작가는 클랭에게 영감을 받아 ‘세상에서 가장 검은 검은색‘ 을 개발한 작가로 유명합니다. 카푸어는 이 검은색의 독자적인 사용권을 획득했습니다. 아래 작품 사진에서 카푸어의 원형 작품이 얼마나 검은색인지 조금 느껴지시나요? 오려 붙였거나 합성으로 착각하게 될 만큼 극단적인 검은색을 자랑합니다.
Nicholas Sinclair, Anish Kappoor, 1999 (우) Anish Kapoor, Black Absence, Resin, paint, 254x2454x40cm, 2021(좌)
카푸어의 블랙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검은 물질’인 ‘반타블랙’이 사용됐습니다. 빛을 비추면 무려 99.9% 흡수해 버리는 이 놀라운 물질은 원래는 첨단 과학이나 우주기술에 쓰기 위해 2014년 개발됐습니다. 영국의 ‘서리 나노시스템즈’가 개발한 세상에서 가장 검은색을 내는 신물질로, 지금까지 현존하는 물질 중에서는 가장 검은 물질입니다. 적에게 감지되지 않기 위함이 목적인 스텔스기에 이 색을 칠하면 적의 레이더에 아예 포착되지 않을수 있고, 천체 망원경에 칠하면 난반사 때문에 볼 수 없던 머나먼 행성까지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유용합니다. 가시광선이나 적외선 영역까지 흡수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표면이 인지가 되지 않아 물체의 굴곡을 인지하기도 어려운 수준의 검은색 입니다.

이렇게 개발된 검은 물질을 영국의 미술가 아니쉬 카푸어가 사들였습니다. 그는 색의 권리를 거액을 주고 사서 스프레이 도료로 만들어 아무나 쓸 수 없도록 독점했습니다. 이 때문에 ‘아티스트들이 가장 싫어하는 아티스트’ 라는 별명이 생기고 비판의 목소리도 일부 나오지만, 아니쉬 카푸어는 현대미술가중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한 사람 중 한 명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색은 값비싸기도 해서 시중에 이 카푸어의 블랙을 쓴 제품들은 수십, 수백만 원을 호가하기도 합니다.
Installation view of Anish Kapoor’s exhibition at the Palazzo Manfrin, Venice. Photo: © David Levene.
이렇듯 대단한 시너지를 내는 카푸어의 작품은 보는 이들에게 마치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아찔한 감각을 선사합니다. 블랙홀을 담은 듯 한 실제 작품 앞에 서면 굉장한 공포심과 함께 강하게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빛이 없는 덩어리로 보이는 작품은 마치 생물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체의 명암조차 구분할 수 없으며 오히려 깊은 심연을 바라보는 기분이 드는 이 검은색은 예술계에서 지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색을 흡수하는 검은색은 일반적으로 암흑과 공포, 죽음과 권위처럼 부정적 이미지를 상징하지만 검은색이 갖는 특유의 부드러운 힘과 강한 호소력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치명적인 색의 힘은 중세 시대부터 현재까지 여러 예술 사조 속에서 수많은 대상을 통해 표현됐습니다. 모노크롬 회화 작가들은 검은색을 통해 감정을 절제하고 표출하기도 하고, 동양 수묵화를 보면 붓터치 하나에 검은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담아 정신을 아우르기도 합니다. 시대를 불문하고 많은 예술가들이 탐낸 검은색을 단순히 긍정, 부정으로 구분 짓기 보다는 또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블랙 컬러 매력이 돋보이는 오픈갤러리 작품들. 좌측 상단 첫 번째 작품 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정용, 해련, 나광호, 유진아, 조해리 그리고 김봉천 작가

surface-2314

이정용

53x46cm (10호)

검은 입맞춤

해련

73x117cm (50호)

미스터

나광호

194x112cm (120호)

은-현

김봉천

122x122cm (100호)

시율음악도(示律音樂圖): 칠현(七絃)

조해리

60x60cm (20호)

Terra-inside20.20(대지-내밀성20.20)

유진아

182x182cm (150호)

우리가 어떤 색을 사랑하고 애정을 보내면 그 색도 우리에게 사랑을 준다고 합니다. 색에 대해 잘 알수록 색이 우리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요. 색은 저마다의 응축 된 에너지로 우리가 살아갈 용기를 주고, 특별한 치유의 방법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컬러의 힘을 담은 수많은 원화 작품들을 통해 다채로운 색을 감상해 보면 어떨까요? 이번 이야기가 작품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지는 작은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Kate Bryan, 『Bright Stars, 불꽃처럼 살다』, 디자인하우스, 2022
론 M.버크먼, 『메이커스 랩, 그 멋진 작품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윌북, 2021
Frances Lincoln, 『발칙한 현대미술사』, 윌 곰퍼츠, 2021
오현주, 『컬러 테라피』, 한국경제신문, 2022
알랭 바디우, 『검은색 Le noir』, 민음사, 2020